DRT 도입 필요지역은 전국을 500m 격자로 잘라 교통 소외 4기준으로 가릅니다. 출발지에서 500m 안에 정류장이 있는가(접근성), 그 정류장에 하루 3회 이상 대중교통이 오는가(가용성), 생활거점까지 1시간 안에 닿는가(이동성), 대중교통 요금 수준으로 갈 수 있는가(경제성). 넷 중 하나라도 못 넘으면 필요지역입니다.

전국을 500m 격자로 나눠 교통 소외 여부를 판정하고, 격자 안 인구에 따라 버스형과 택시형을 갈라 배치한다
출처: Atomic 경제 (참고: 국토교통부 「2025년도 첨단모빌리티 현황조사 결과」)
국토교통부가 2026년 8월 21일 「2025년도 첨단모빌리티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기사 제목은 대부분 "택시형 DRT 도입률 99.4%"로 뽑혔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정말 새로운 대목은 도입률이 아닙니다. 정부가 "교통 소외"라는 말을 숫자로 정의해 버린 것입니다. 그동안 정치인의 수사(修辭)에 가깝던 표현이, 이제 격자 단위로 계산되는 판정 기준이 됐습니다.
DRT 도입 필요지역이란 무엇인가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수요응답형교통(DRT, Demand Responsive Transit)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에 규정된 사업 유형으로, 운행 계통·시간·횟수를 승객의 요청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정해진 노선을 정해진 시각에 도는 일반 버스와 반대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부르면 오고, 안 부르면 안 옵니다.
이번 조사에서 국토부는 DRT 도입 필요지역을 판정하는 정량적 기준을 처음 제시했습니다. 접근성·가용성·이동성·경제성, 그리고 인구입니다.
| 기준 | 묻는 것 | 못 넘으면 |
|---|---|---|
| 접근성 | 출발지에서 500m 이내에 정류장에 닿을 수 있는가 | 하나라도 미달이면 필요지역 |
| 가용성 | 그 정류장에 하루 3회 이상 대중교통이 오는가 | |
| 이동성 | 생활거점까지 1시간 이내에 이동 가능한가 | |
| 경제성 | 대중교통 요금 수준으로 저렴하게 이용 가능한가 |
네 기준을 뜯어보면 성격이 서로 다릅니다. 접근성은 거리를 묻고, 가용성은 빈도를 묻고, 이동성은 시간을 묻고, 경제성은 가격을 묻습니다. 그리고 이 넷은 AND 조건이 아니라 OR 조건으로 묶여 있습니다. 다 만족해야 정상이 아니라, 하나만 무너져도 소외입니다.

접근성 500m, 가용성 하루 3회, 이동성 1시간, 경제성 대중교통 요금 수준 — 네 가지 중 하나만 미달해도 DRT 도입 필요지역이 된다
출처: Atomic 경제 (참고: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2026.8.21)
500m 격자와 250명, 임계값이 나온 자리
판정은 전국을 500m × 500m 격자로 잘라서 진행합니다. 격자 하나의 면적은 0.25㎢입니다. 그리고 필요지역으로 분류된 격자에는 인구에 따라 다른 수단이 배치됩니다.

500m 격자 하나는 0.25제곱킬로미터, 인구 250명이면 버스형 50에서 250명이면 택시형으로 갈린다
출처: Atomic 경제 (참고: 국토교통부 판정 기준, 인구밀도 환산은 직접 계산)
| 격자 내 인구 | 배치 수단 | 인구밀도 환산 |
|---|---|---|
| 250명 이상 | 버스형 DRT | 1,000명/㎢ 이상 |
| 50~250명 | 택시형 DRT | 200~1,000명/㎢ |
| 50명 미만 | 별도 기준 제시 없음 | |
여기서 250명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가 중요합니다. 국토부는 이 값을 해외 선행연구의 '버스 운행 최소 인구밀도 기준'을 참고해 설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250명은 행정 편의로 고른 반올림 숫자가 아니라, 버스 한 대를 굴려서 수지가 맞는 최소 밀도에서 역산한 값입니다.
경제학 용어로 옮기면 이 선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버스는 좌석이 40석이든 승객이 3명이든 기사 인건비와 차량 감가상각이 똑같이 나갑니다. 이 고정비를 승객 수로 나눈 것이 1인당 평균비용이고, 승객이 적을수록 평균비용은 가파르게 치솟습니다. 고정비와 평균비용 곡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생산비용 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정부가 250명이라는 선을 그은 것은, 그 아래에서는 버스라는 생산기술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인정한 셈입니다.
왜 노선버스가 아니라 택시인가
인구 50명짜리 격자를 생각해 봅시다. 하루에 그 마을에서 읍내로 나가려는 사람이 다섯 명쯤 됩니다. 여기에 정규 노선버스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버스는 승객이 있든 없든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길을 돕니다. 빈 차로 왕복해도 기름값과 인건비는 그대로 나갑니다. 승객 다섯 명이 하루 운행비를 나눠 지면 1인당 비용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 되고, 결국 지자체가 재정으로 메우거나 노선을 없애는 두 갈래로 갑니다. 한국의 벽지 노선이 지난 수십 년간 걸어온 길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택시형 DRT는 이 구조를 뒤집습니다. 부를 때만 움직이므로, 고정비였던 운행비가 변동비로 바뀝니다. 승객이 없는 날은 비용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기존 택시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차량을 새로 사거나 차고지를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국토부가 택시형 DRT의 성격을 "기존 택시 자원을 활용해 교통취약지역의 이동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이라고 설명한 것은 이 지점을 짚은 것입니다.
다만 이 구조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택시형 DRT는 수요가 몰릴 때 감당하지 못합니다. 버스 한 대가 40명을 한 번에 옮기는 규모의 이점을 포기한 대신, 승객이 늘어나면 비용이 승객 수에 비례해 함께 늘어납니다. 그래서 인구가 250명을 넘어가는 순간 다시 버스형이 유리해집니다. 정부가 그은 선은 두 기술의 비용 곡선이 교차하는 자리인 셈입니다.
도입률 99.4%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이번 조사에서 8개 수단·서비스의 도입률은 다음과 같이 갈렸습니다. 조사 대상은 특별·광역시 8곳과 그 외 시·군 153곳, 합계 161개 지방정부입니다.

161개 지방정부 기준 8개 첨단모빌리티 수단의 도입률 비교, 2024년 말 기준
출처: Atomic 경제 (참고: 국토교통부 「2025년도 첨단모빌리티 현황조사 결과」)
| 수단 | 도입률 | 환산 지역 수 |
|---|---|---|
| 플랫폼택시 | 100% | 161곳 전부 |
| 택시형 DRT | 99.4% | 160곳 |
| 차량공유 | 75.8% | 약 122곳 |
| 공유 PM | 73.3% | 약 118곳 |
| 공유자전거 | 51.0% | 약 82곳 |
| 버스형 DRT | 42.9% | 약 69곳 |
| 통합교통서비스(MaaS) | 23.0% | 약 37곳 |
| 자율주행 | 20.5% | 약 33곳 |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도입률 99.4%는 "160개 지자체에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뜻이지, "주민 99.4%가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 개 군에서 한 개 면(面)에만 시범 운영해도 그 지자체는 '도입'으로 집계됩니다. 도입률은 지자체 단위 카운트이지 격자 단위 커버리지가 아닙니다.
바로 이 간극 때문에 500m 격자 방법론이 필요해진 것이기도 합니다. 도입률만 보면 이미 전국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격자로 내려가면 아직 비어 있는 칸이 남습니다. 국토부도 일부 지자체에 시범 적용한 결과 "도출된 필요지역과 실제 운영지역의 분포가 대체로 부합"했다고만 밝혔지, 완전히 일치했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인지도 꼴찌, 이용의사 1위
이번 조사에는 전국 1만 1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도 함께 실렸습니다. 여기서 DRT의 성적표가 흥미롭게 엇갈립니다.
| 항목 | DRT 순위 | 1위 |
|---|---|---|
| 만족도 | 2위 | 플랫폼택시 |
| 인지도 | 최하위 | 플랫폼택시·공유 PM |
| 향후 이용의사 (미이용자) | 1위 | — |
써 본 사람은 만족하고(2위), 안 써 본 사람도 쓰고 싶어 하는데(1위), 정작 존재를 아는 사람이 가장 적습니다(최하위). 국토부는 인지도가 낮은 이유를 DRT가 30만 미만 시·군의 교통취약지역 중심으로 먼저 보급돼 대도시와 30만 이상 시에서 인지도가 떨어진 탓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세 줄을 나란히 놓으면 진단이 분명해집니다.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정보가 도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참고로 전반적인 만족도는 모든 수단이 70점 이상이었습니다. 서비스 품질 문제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새 수단들은 아직 무료 단계입니다
자율주행과 통합교통서비스(MaaS)도 조사에 포함됐습니다. 2024년 말 기준 전국에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가 42곳 지정됐고, 이 중 27곳에서 실제 서비스가 운영됐습니다. 서비스 형태는 노선형 53.7%, 수요응답형 35.2%로 여객운송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볼 숫자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전체 자율주행 서비스의 68.5%가 무상운송이었다는 점입니다. 요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가격을 매길 만한 단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불할 의사를 시험해 본 적이 없으니 수요곡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도입률 20.5%라는 숫자를 "이미 5분의 1이 도입"으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MaaS는 경기도의 '똑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고, 일부 지자체는 민간 플랫폼과 연계해 DRT·공유자전거·공유 PM을 하나의 앱에서 쓸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기반시설 쪽에서는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가 조사대상 정류장의 31.5%에 설치됐고, 전기차 충전기는 전국 39만 7,519대(이 중 급속 10.6%), 수소차 충전소는 200개소입니다.
내 동네를 4기준으로 점검하는 법
정부의 격자 분석 원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준 자체는 공개됐으므로 각자 대입해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 없다는 점이 이 기준의 미덕입니다.

접근성·가용성·이동성·경제성 네 가지를 직접 대입해 내 동네의 교통 소외 여부를 점검하는 방법
출처: Atomic 경제 (참고: 국토교통부 판정 기준)
| 순서 | 확인 방법 | 미달 신호 |
|---|---|---|
| 1. 접근성 | 지도 앱에서 집 → 가장 가까운 정류장 도보거리 | 500m 초과 |
| 2. 가용성 | 그 정류장의 평일 시간표 운행 횟수 | 하루 2회 이하 |
| 3. 이동성 | 대중교통만으로 읍·면 소재지나 시내까지 걸리는 시간 | 1시간 초과 |
| 4. 경제성 | 그 이동에 실제로 드는 비용 | 택시 외 대안이 없음 |
하나라도 걸린다면 정부 기준으로는 DRT 도입 필요지역에 해당합니다. 그렇다고 자동으로 차가 배차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방법론은 국토부가 "지방정부의 도입 필요지역 검토를 위한 기초분석 자료"로 제시한 것이고, 실제 도입은 각 지자체의 예산과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다만 근거를 들고 가서 요청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겼다는 점은 이전과 다릅니다.
도로를 깔 수 없다면 규칙을 바꾼다
인구 50명이 사는 격자에 지하철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버스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곳 사람들도 병원에 가고 장을 봅니다. 이 간극을 메우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더 많은 돈을 붓거나, 더 적은 돈으로 되는 기술을 찾거나.
택시형 DRT 99.4%는 한국이 두 번째 길을 택했다는 기록입니다. 새 차량을 사지 않고, 새 차고지를 만들지 않고, 이미 굴러다니는 택시의 노는 시간을 쓰는 방식으로 전국을 덮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제약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적을 찾은 해법입니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어떤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는지는 GTX-C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교통 문제라도 답이 이렇게 다릅니다.
그리고 이번 조사가 남긴 가장 큰 자산은 도입률이 아니라 500m와 3회와 1시간이라는 숫자입니다. "우리 동네 교통이 불편하다"는 말은 반박하기 쉽지만, "출발지 500m 안에 정류장이 없고 하루 2회만 운행한다"는 말은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정책은 대개 측정할 수 있게 된 다음에야 움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출처: 국토교통부 「2025년도 첨단모빌리티 현황조사 결과」 보도자료(2026년 8월 21일 배포, 데이터 기준 2024년 12월 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 모빌리티 혁신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도입률의 지역 수 환산과 인구밀도 환산은 Atomic 경제가 조사대상 161개 지방정부·0.25㎢ 격자를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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